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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정보통

게마인샤프트, 게젤샤프트

by 기업강사 북두지성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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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마인샤프트gemineschaft는 자연이나 혈연 등으로 깊이 연결되어있는 자연 발생적인 커뮤니티를, 게젤샤프트gesellschaft는 이익이나 기능, 역할에 의해 연결된 인위적인 커뮤니티를 뜻한다. 원래 독일어로 게마인샤프트는 '공동체', 게젤샤프트는 '사회'를 의미한다. 페르디난트 퇴니에스에 의하면 인간 사회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연이나 혈연, 우정으로 깊이 연결된 자연 발생적인 게마인샤프트가 이익이나 기능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게젤샤프트로 점차 옮겨간다. 더불어 퇴니에스는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 자체는 소원해진다고 생각했다. 기능을 중시하는 게젤샤프트에서는 사회나 조직이 일종의 시스템으로 기능하게 된다. 게젤샤프트에 소속된 개인의 권리와 의무는 '명확'해지며, 그때까지 인정에 약하고 감정적인 인간관계는 이해관계에 기초한 이성적인 인간관계로 바뀌어 간다.

 

정말 그럴까? 퇴니에서는 헤겔보다 조금 뒤의 시대, 그리고 마르크스와는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그의 사상에는 전반적으로 역사는 어딘가의 종착점을 향해 불가역적으로 진전한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확실히 근대 이후의 일본 역사를 돌아보면 과연 퇴니에스의 예언대로다. 전쟁 전 일본에서 많은 국민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데 기반이 된 것은 '촌락 공동체', 즉 게마인샤프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난 장소에서 이동하지 않고 부모의 직업(대부분 농업)을 이어받았고, 태어날 때부터 소속된 지연과 혈연으로 맺어진 커뮤니티에서 이탈하는 일 없이 그곳에서 제약과 감시, 도움과 지원을 받으면서 일생을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특히 고도의 경제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도시의 기업이나 점포가 대규모의 인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이른바 집단 취직과 같은 형태로 나고 자란 게마인샤프트를 떠나 기업이라는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기업이라는 커뮤니티를 퇴니에스가 정의한 의미인 게젤샤프트로 볼 수 있을까? 기업을 게젤샤프트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기업에는 종신고용, 연공서열, 노동조합이라는 세 가지의 특수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제도가 있으면 왜 게젤샤프트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종신고용은 평생 돌봐주는 대신 충성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연공서열은 커뮤니티 내에서 연장자가 상대적으로 존경받고 중용되는 것을, 노동조합은 동료의 고용을 함께 지키고 누군가가 해고되지 않도록 단결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제도는 각각 '평생 돌봐 드리겠습니다', '연장자를 소중히 대하겠습니다' , '단결해서 개인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뜻이며, 이는 곧 촌락 공동체에서 암묵적으로 전제되었던 약속인 셈이다. 이 밖에도 기업에서 실시하는 체육대회와 같은 행사나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는 상부상조 문화 역시 붕괴되기 시작한 촌락 공동체를 다른 형태의 게마인샤프트인 기업이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젤샤프트를 역할과 기능에 기초한 결속 관계로, 게마인샤프트를 우애와 혈연에 기초한 결속 관계로 생각하면, 이 두 커뮤니티가 함께 보장되지 않는 한 생산성과 건전성이 양립된 사회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에는 최소한 대기업에서는 게마인샤프트적인 요소가 이미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머지않아 미국에 등장하리라 생각되는 '완전한' 게젤샤프트로 옮겨갈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 전에는 촌락 공동체가, 이후 고도의 경제 성장기부터 거품 경제 시기까지는 기업이 담당하던 게마인샤프트의 역할은 무엇이 담당하게 될 것인가? 열쇠는 '소셜미디어'와 '두 번째 명함'에 있다. 너무 낙천적이고 순진한 생각아니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회사나 가족의 해체가 불가역적 흐름이라고 한다면 인류에게는 그에 맞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철학작 프리드리히 텐부르크는 사회 전체를 이루는 구조가 해체되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구조 단위의 자립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나 가족의 해체에 대응해서 이른바 역사의 필연으로 새로운 사회적 유대의 형성이 요구된다. 낙관적인 관점이지만 소셜미디어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어본다.

 

 


 - 혁신은 새로운 시도가 아닌 과거와의 작별에서 시작한다 -

 

조직 내에서 사람의 행동은 어떻게 결정될까? 쿠르트레빈 이전의 심리학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행동주의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레빈은 조직 내에서 '개인과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사람의 행동이 규정된다는 가설을 세웠고, 오늘날 그룹다이내믹스group dynamics(집단생활에서 구성원들의 행동 특성을 규정하는 법칙과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 연구하는 분야)로 알려진 광범위한 영역에서 연구를 실시했다.

 

 

레빈은 심리학과 조직 개발에 관련해 다양한 키워드를 남겼는데, 그중 이번 글에서는 '해동-혼란-재동결' 모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레빈이 제창한 이 모델은 개인 또는 조직의 변화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세 단계로 보여준다. 제1단계 해동unfreezing은 지금깍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원래 자신의 내면에 확립된 관점이나 사고를 바꾸는데 저항감을 느낀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왜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안되는걸까?' ,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 라는 두 가지 물음에 대해 설득이 아닌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제 2단계 혼란moving에서는 예전에 갖고 있던 견해와 사고, 또는 제도와 프로세스가 불필요해지면서 혼란과 고통이 생긴다. 예정대로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시 예전 방식이 좋았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단계다. 이 단게를 잘 극복하려면 변화를 주도하는 측에서 구성원들을 실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히 지원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3단계 재동결refreezing은 새로운 관점과 사고가 결실을 이루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단계로,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게 되어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지하려는 향상성 감각이 되살아난다. 이 단계에서는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새로운 관점과 사고가 실제로 성과를 일궈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변화를 주도하는 측은 새로운 관점과 사고에 의한 실제 성과를 발표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능이나 프로세스 획득에 포상을 주는 등, 긍정적인 모멘텀을 만들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