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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정보통

케네디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 악마의 대변인

by 기업강사 북두지성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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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는 매우 심각했으며, 더군다나 시간도 무한정 유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쿠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모른 척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쿠바의 핵미사일 공격은 최소 8000만명의 미국인을 고통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 확실했다. 역사상 이정도로 비싼 대가를 건 게임은 없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회의에 관한 몇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제일 먼저 세운 항목은 바로 케니디 대통령 자신은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안전 보장에 관해 심도있는 지식과 경험을 지닌 전문가들의 논의에 내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또 그들이 특별히 나에게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평소에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도 케네디 대통령이 참석하면 태도를 바꿔 대통령을 의식해 발언하고 대통령이 듣기에 좋은 말을 전제로 논의를 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회의 중에는 통상의 행정조직 서열이나 절차를 잊을 것을 지시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참가자들이 각자 관장 부문의 대변자로서 회의에 참가하지 말고, 미국의 국익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제너럴리스트로서 회의에 참여할 것을 명했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발언하고 자신보다 전문 지식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반론을 하지 않는 관료적인 태도로 이 문제를 다루지 말고 '미국의 안전 보장'이라는 궁극적인 문제에 모두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자신이 가장 가깝게 생각하는 심복인 법무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와 대통령 고문인 테드 소런슨에게 회의에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을 것을 명했다. 케네디는 이 두 사람에게 회의 중에 나온 제안들의 약점과 위험요소를 찾아내 그 내용을 자신과 제안자에게 철저히 규명하라고 했다. 이와 같이 케네디 대통령이 정한 규칙들은 결과적으로 위원회에서 제기된 의사 결정의 질을 더할 나위 없이 끌어올렸다. 논의를 시작했을 당초에는 미사일로 선제공격을 하는 방법밖에 없닫는 데 의견이 모이는 듯 했지만, 논의 개시 후 하루가 지난 저녁에 격리 또는 해상 봉쇄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음 날인 17일 수요일에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해상 봉쇄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자 참가 위원들은 '선제공격' 지지파와 '해상봉쇄' 지지파로 완전히 나뉘었다. 해상봉쇄 지지파의 논거는 이러했다. 최종적으로 무력적인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착수할 필요는 없다. 또한 합동 참모본부에 의하면 설령 '미사일 기지'만 선제공격으로 파괴한들 군사적으로는 무의미하며, 결국 쿠바의 전 군사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서 침공 작전까지 펼쳐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렇게 되면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쿠바 또는 수련과의 사이에서 이러한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가망이 남아 있다면, 먼저 공격을 감행해서는 안된다.

 

반면, 선제공격 지지파의 논거는 이러했다. 이미 미사일이 쿠바로 이동한 이상 해상 봉쇄를 실시해도 미사일 철거가 실현된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며 미사일 기지 설치 작업이 중지될 거라고 믿기도 어렵다. 더구나 해상을 봉쇄하여 소련의 배를 정지시킨다면 쿠바와 미국 사이에 소련을 직접 끌어들이게 된다. 합동참모본부의 구성원은 일치단결하여 즉시 군사 행동을 할 것을 대통령에게 진언했다. 그들은 해상봉쇄는 무의미하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선제공격뿐이었으므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반면 로버트 케네디와 맥마나라 장관은 해상 봉쇄를 지지했다. 이 방안이 최선이라고 확신한 것은 아니었지만 봉쇄 쪽이 무력 공격보다 유연성이 있으므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쿠바에 미사일이 빗발쳐 몇천만 명의 시민이 죽게될 방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다.

 

 

19일 아침, 대통령은 '선제공격 지지파'와 '해상 봉쇄 지지파'의 두 그룹으로 구성원을 나누고 각각의 권고를 대통령에게 제안하도록 지시했다. 권고는 작전의 내용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할 연설의 개요, 그 후 취해야 할 작전 내용,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한 대응책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날 오후부터 두 그룹이 권고안을 교환하여 상대방의 계획안을 정밀하게 심사한 뒤에 서로 비판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토론회 후, 각각의 그룹은 상대 그룹의 비판을 수용하여 방안을 다시 점검하고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0일 오후, 지금까지의 검토 경과를 보고받은 케네디 대통령은 해상 봉쇄 작전을 실시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결단 후에도 각료와 의회 지도자들은 종종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케네디 대통령에게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호소했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반대 의견을 물리쳤다.

 

 

 

나는 미합중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어떠한 조치도 취할 계획이지만, 처음부터 해상 봉쇄 이상의 군사 행동으로 나설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공격을 시작한다면 상대측은 미사일을 일제히 사격하며 반격해 올 것이고, 그러면 몇백만 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죽게된다. 이는 매우 큰 도박으로, 나는 다른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이 도박에 뛰어들 생각이 없다.

 

 

케네디 대통령이 이때 악마의 대변인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세계의 번영은 어쩌면 없었을지도 모른다. 두뇌가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을거라고 기대되는 대기업에서 어처구니없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다. 기업들이 중대한 의사결정 국면을 맞이했을 때 악마의 대변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