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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정보통

변화의 프로세스, 해동-혼란-재동결

by 기업강사 북두지성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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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에 의하면 어떤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 정착되어 있는 조직은 해동-혼란-재동결의 과정을 거쳐 변화한다. 여기서 이 프로세스가 '해동'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해동이라는 것은 바로 '끝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할 때 앞으로의 일을 '시작'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쿠르트 레빈의 지적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방식을 '잊는' 것, 즉 이전 방식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개인 경력의 문제에서 이와 똑같은 이론을 주장한 인물이 미국의 윌리엄 브리지스다. 임상 심리학자였던 그는 인생의 전환기와 고비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집단 요법으로 치료해 왔는데, 임상에서 만난 환자들의 전환기 체험이 저마다 매우 특이해서 일반화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한 호나자들의 사례를 나열해 살펴보니 일종의 패턴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프로세스가 발견되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전환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한 단계를 끝(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무언가가 끝남) → 중립지대(혼란스러운 고뇌의 단계) → 새로운 시작(무언가 시작됨)의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여기서 브리지스 또한 변혁을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무언가가 끝남'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는 점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브리지스의 말에 의하면 경력이나 인생의 전환기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일이 끝나는 시기다. 거꾸로 말하면 무언가가 끝남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의 '새로운 시작'에만 주목하여 대체 무엇이 끝났는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 '끝'에 관한 물음이 진지하게 맞서지 못한다. 수많은 조직의 혁신이 어중간한 상태에서 흐지부지 좌절되고 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영자, 간부, 실무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환경 변화의 전망을 바라보는 사정거리가 경영자, 간부, 실무자의 순서로 점점 짧아진다. 경영자는 적어도 10년 앞의 일을 내다보지만 간부는 기껏해야 5년, 실무자는 1년 후의 일만 내다볼 뿐이다. 그러니 10년 앞을 내다보는 경영자라면 머지않아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변혁의 필요성을 늘 의식하겠지만, 눈앞에 닥친 일에만 매진하는 간부나 현장 책임자는 자세한 설명 없이 이대로는 위험하니 방식과 방향을 바꾸라는 지적을 받으면 충분한 해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바로 혼란기로 돌입하게 된다.

 

 

사회 변화도 마찬가지다. 헤이세이(1989년부터 현재까지의 일본 연호)시대에 관한 평가는 앞으로 세상에 쏟아져 나오겠지만, 아직 쇼와시대(1926~1989)시대에 머물러 잇어보인다. 이 현상을 등산에 비유해 보면 고도 경제 성장기 이래 계속 올라가 산 정상에 이르는 과정이 쇼와 시대, 이후 30년에 걸쳐 같은 산을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는 과정이 헤이세이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뀌었지만 같은 산에서 '올라가기'와 '내려가기'만 하고 있는 꼴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가 '내려가기'만 하는 상황을 문제 삼고 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같은 산'으로 만족해도 좋은가 하는 점이다.

 

 

인간성을 마비시키는 거품 경제 시기를 두고 진지한 얼굴로 건전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를 정말로 끝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거품 경기의 종말'이라는 적절한 표현으로써 마침표를 찍을 명분을 얻었는데도 산의 정상을 뒤돌아보면서 '그 시대가 참 좋았지!' 아쉬워하며 하산해 온 것은 아닐까? 쇼와라는 시대에 올라갔던 산을 못내 그리워하며 '언젠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헛된 기대마저 가슴에 품고서, 비전도 없는 채로 미련스럽게 뒤를 돌아보며 같은 산을 내려가고만 있었던 것이 아닌가 말이다.

오늘날 청년층에서는 경제, 돈, 물욕에 치우친 척도를 부정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거대한 물결을 일며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품 경제 시기를 끝낼 필요가 없는' 세대에 의해 견인 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일본은 도 한 번 하나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지금이야말로 경제가 아닌 다른 산을 올라야 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지난 시절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종결시켜야 한다.

 


*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  *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카리스마'라는 말을 맨 처음 사용한 사람은 막스 베버다. 막스 베버는 무엇보다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베버에 의하면 국가나 정치 단체는 정당한 폭력 행사가 지지하는 지배 관계에 의해 질서가 잡혀있다. 그때 지배자가 주장하는 권위에 피지배자가 복종하는 현상에는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일까? 베버는 그 근거 요소를 세 가지로 꼽았다. 이해하기에 어려운 내용은 아니니 아래 내용을 원서 그대로 발췌했으니 살펴보자.

 

우선 지배의 내적인 정당화, 즉 정당성의 근거 문제부터 살펴보면 여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영원한 과거'가 갖고 있는 권위다. 이는 먼 옛날부터 통용되어 온 어떤 풍속을 계속 지키려는 습관적인 태도로 인해 신성화된 경우다. 낡은 형태의 가부장이나 세습 군주가 행한 '전통적 지배'를 가리킨다. 둘째는 어떤 개인의 비일상적인 천부적 자질(카리스마)이 갖고 있는 권위다. 개인의 계시나 영웅적인 행위 또는 그 외의 지도자적 자질에 대해 인격적으로 완전히 의지하고 신뢰하는 것에 기초하는 지배, 즉 '카리스마적 지배'다. 예언자나 정치 영역에서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 또는 국민투표에 의한 지배자, 위대한 데마고그demagogue(군중 심리를 이용하여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가) 또는 정당 지도자가 행사하는 지배가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합법성'에 의한 지배다. 이는 제정 법규의 타당성에 대한 신념과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규칙에 의거한 객관적인 권한을 기초로 한 지배로, 오히려 이때의 복종은 법규가 명하는 의무 이행의 형태로 실행된다. 근대적인 국가 공무원이나 그와 유사한 권력자들이 행하는 지배가 모두 이에 속한다.
-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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