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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정보통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 - 한나 아렌트

by 서예랑(주) 수달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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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이 유대한 학살 계획을 꾸밀 때 600만명을 처리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에 체포되어 예루살람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되었다. 그때 연행된 아이히만의 풍모를 본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을 연행한 모사드의 스파이는 나치 친위대 중령으로 유대인 학살 계획을 지휘하던 ㄴ최곡 ㅝㄴ위자 아이히만이 냉철하고 건장한 게르만의 전사 모습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상상했던 모양이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는 무척 왜소하고 기가 약해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재판은 기가 야해 보이는 이 인물이 저지른 수많은 죄들을 낱낱히 밝혀나갔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방청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책에 기록했다. 책의 제목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주제가 그대로 드러나 이해하기 쉽지만, 문제는 부제다. 아렌트는 이 책의 부제를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라고 붙였다. 악의 평범성이라니! 기묘한 부제가 아닌가? 보통 '악'은 '선''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이 둘은 모두 정규분포에서 최대치와 최소치에 해당하는 양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아렌트는 여기에 '평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평범하다는 것은 넘칠 정도로 많아서 시시하다는 의미이므로 정규분호의 개념을 적용시키면 최빈치 혹은 중앙치를 뜻한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악'의 위치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렌트가 의도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악'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 즉 악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는 특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대 민족에 대한 증오나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심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경위를 방청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이렇게 정의했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 아렌트는 '평범'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우리도 누구나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악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른 말로 바꾸면 보통 악이라는 것은 악을 의도한 주체가 능동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나 아렌트는 오히려 악을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는 데에 악의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우리는 부여된 시스템에 따라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그 안에서 일하고 놀며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과연 얼마나 되는 사람이 시스템에 내재된 위험에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지, 적어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시스템 자체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는 대부분 현행 시스템이 초래하는 악폐에 생각이 미치기보다는 그 규칙을 간파하여 제도 안에서 능숙하게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중에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면 각 시대마다 그 시대를 지배하던 시스템이 더 발전된 형태로 대체됨으로써 세계가 진화해 온 측면도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도 언젠가는 더 나은 시스템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궁극적으로 세상에는 두가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1. 현행 제도를 부여된 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잘해 나갈까에 사고와 행동을 집중하는 방식

2. 현행 제도를 부여된 대로 받아 들이지 않고 제도 자체를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 가는 데 사고와 행동을 집중하는 방식

 

안타깝게도 만흥ㄴ 사람들이 1을 선택하는 것 같다. 서점에 즐비한 비즈니스 도서 코너를 가 보면 알겠지만, 베스트 셀러로 불리는 서적은 대부분 1의 논점에 따라 쓰였다. 이러한 베스트셀러는 대개 현행 시스템에 잘 적응해 큰돈을 번 사람이 쓴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이 같은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택함으로써 시스템 자체가 자기 증식 또는 자기 강화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시스템 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현상은 정말로 바람직한 일일까?

이야기를 다시 되돌린다면,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은 20세기의 정치 철학을 논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인류 역사상 어디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행은 그 잔인함에 어울릴만한 괴물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저 시스템에 올라타 그것을 햄스터처럼 뱅글뱅글 돌리는 데만 열심이었던던 하급 관리에 의해 일어났다는 주장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다.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고하기를 멈추면 안된다고 한나 아렌트는 호소했다. 그리고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일수록 인맥이 넓지 않다.

 

About 애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미국의 심리학자. 인간의 욕구에는 단계가 있다. '욕구 5단계설'로 잘 알려져 있다. 정신 병리의 이해를 목적으로 의식을 분석하는 정신 분석과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을 중심으로 하는 행동주의적 심리학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세력으로서 인본주의 심리학을 주장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다음 5단계 구조로 설명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physiological needs

2단계: 안전의 욕구safety needs

3단계: 소속과 애정의 욕구belonging & love needs

4단계: 존중의 욕구 esteem needs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self-actualization needs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은 이해하기도 쉽고 일반인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지만 실증 실험에서는 이 가설을 설명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직도 학술적인 심리학 세계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개념이다. 매슬로우는 이들 욕구가 단계적이라 저차원적 욕구가 맍고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생겨난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말을 바꾸기도 하는 등 제창자 자신도 상당한 혼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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